"인간은 이성적 존재인가, 감정적 존재인가? – 데이비드 흄 『인간 본성에 관하여』 서평"
우리는 흔히 자신을 ‘이성적 존재’라고 생각한다.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하며, 감정보다는 이성을 우선시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데이비드 흄은 "이성은 감정의 노예일 뿐이다."라는 도발적인 주장을 내놓으며 우리의 이러한 믿음을 뒤흔든다. 『인간 본성에 관하여(A Treatise of Human Nature)』는 18세기 철학계에 커다란 충격을 준 작품으로, 인간의 사고방식과 감정, 그리고 도덕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면밀히 분석한 책이다. 특히, 이 책에서 흄은 인간이 이성적으로 사고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모든 결정은 감정에 의해 좌우된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만약 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우리가 내리는 선택들은 과연 얼마나 합리적일까?
흄은 『인간 본성에 관하여』에서 인간의 사고 과정을 세 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탐구한다. 첫째, 인식론 – 인간은 경험을 통해 세계를 이해하지만, 우리가 믿는 ‘인과관계’조차도 확실한 것이 아니다. 둘째, 감정과 도덕 – 도덕은 이성이 아니라 감정에서 비롯되며, 사람들은 논리보다 감정에 따라 선악을 판단한다. 셋째, 자유 의지와 자아 – 인간이 자유로운 존재라는 믿음은 환상에 불과하며, 자아조차도 일정한 본질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경험의 흐름’일 뿐이다. 즉, 우리가 스스로를 통제한다고 믿는 것조차 착각이라는 것이다. 흄은 이러한 분석을 통해 인간이 이성이 아닌 감정과 습관에 의해 움직이는 존재임을 논증한다.
"이성은 감정의 노예이며, 감정에 봉사하고 복종해야 한다."
이 문장은 『인간 본성에 관하여』에서 가장 강렬한 구절 중 하나다. 우리는 흔히 논리적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한다고 믿지만, 흄에 따르면 결국 우리가 옳다고 믿는 것은 감정이 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살인을 하면 안 된다’는 도덕적 판단도 이성의 결과가 아니라 ‘잔인함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이 합리적인 존재라는 생각은 단순한 착각에 불과할까?
이러한 주장에 대해 반박할 수도 있다. 우리는 종종 논리적 사고를 통해 결정을 내리고, 감정을 억제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가? 하지만 흄은 우리가 논리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 감정이 결정의 최종 키를 쥐고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같은 논리를 보고도 사람마다 다른 결론을 내리는 이유는, 그 논리에 대한 감정적 반응이 다르기 때문이다. 현대 심리학에서도 흄의 주장과 유사한 연구 결과들이 많다. 즉, 인간은 결정을 내린 후 논리를 만들어 ‘자신의 선택을 정당화’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스스로 이성적인 존재라고 착각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간 본성에 관하여』는 단순한 철학책이 아니다. 이는 인간이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우리의 도덕적 판단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자유로운 존재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물론, 18세기 철학서답게 문장이 다소 어렵고, 개념도 깊이 있는 편이다. 하지만 한 번 제대로 읽고 나면, 우리가 가진 ‘이성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취약한지 깨닫게 된다. 만약 인간 심리와 도덕의 본질에 대한 깊은 통찰을 원한다면, 그리고 우리가 정말로 ‘합리적인 존재’인지 의심해보고 싶다면,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을 때쯤, 당신도 이런 의문을 품을 것이다. "나는 지금 내 감정대로 살고 있는가, 아니면 이성적이라고 착각하며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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