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때문에 떠나는 기업들…진짜 못 내서일까?
“한국에선 기업을 물려주기도 힘들다.”
최근 몇 년간 국내 주요 중견·중소기업들이 해외로 본사를 이전하거나, 지분을 외국계 자본에 매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빠지지 않는 키워드가 바로 ‘상속세’다.
상속세가 너무 과도해 기업을 후대에 넘기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과 함께, ‘가업승계를 막는 주범’으로 상속세가 지목되고 있다.
그렇다면 정말로 기업들이 상속세를 감당하지 못해 한국을 떠나는 걸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숨겨져 있는 걸까?
오늘은 ‘상속세 때문에 떠나는 기업들’ 논란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상속세 제도의 실체와 그 사회적 함의를 살펴본다.
상속세 부담, 실제로 어느 정도인가?
대한민국의 상속세는 전 세계 최고 수준이다.
현행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이며, 경영권 프리미엄(상장주식 기준 20~30%)이 포함될 경우 최대 60%에 달한다.
즉, 아버지가 아들에게 1천억 원 상당의 기업 지분을 상속할 경우, 세금만 600억 원에 이른다.
이처럼 큰 금액의 세금을 현금으로 바로 납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특히 비상장 중소기업의 경우, 지분 대부분이 기업에 묶여 있는 경우가 많아 유동성 확보가 쉽지 않다.
결국 기업을 팔거나, 외부 자본에 넘기는 방법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 이 때문에 “상속세가 기업을 해외로 내몬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실제 사례: ‘상속세 폭탄’ 맞은 기업들
다음은 실제 상속세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대표 사례들이다.
- LG그룹 구본무 회장 별세 후 상속세 약 9200억 원: 구광모 회장은 지분 일부를 매각하고, 주식담보대출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 세금을 냈다. 당시 국내 상속세 역사상 최대 규모.
- 오뚜기, 대상 등 식품 대기업들: 오너 일가가 세금 부담을 이유로 배당 확대, 주식 일부 매각 등 조치를 취함.
- 중견 기업 A사: 2대에 걸쳐 회사를 물려주려 했지만, 상속세 부담으로 인해 경영권을 외국계 사모펀드에 넘김.
특히 상속세를 납부하지 못해 가업을 포기하거나, 경영권을 외부에 넘기는 사례는 중소기업에서 빈번히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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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과의 비교: 한국만 유독 높은 걸까?
OECD 38개국 중 상속세를 부과하는 국가는 24개국이며, 그중 한국은 세율과 과세 기준 모두 최상위권에 속한다.
국가별 비교는 다음과 같다:
대한민국 | 50~60% (경영권 프리미엄 포함) |
일본 | 55% (높지만 가업승계 특례 많음) |
미국 | 40% (기초공제 약 1300만 달러) |
독일 | 30% 이하 (가업승계시 최대 100% 공제) |
영국 | 40% (기초공제 있음) |
호주/캐나다/뉴질랜드 | 상속세 없음 |
특히 독일, 일본은 가업승계의 경우 상속세를 대폭 감면해주는 제도가 있다. 예컨대 독일은 10년 이상 고용을 유지하면 상속세 전액을 감면해주고, 일본은 10년 이상 기업을 운영하면 가업승계세의 대부분을 유예하거나 면제해준다.
상속세, 진짜 문제는 ‘납세 여건’이다
그렇다면 단순히 세율이 높아서 문제일까? 전문가들은 진짜 문제는 ‘납세 유연성 부족’과 ‘현금 유동성 확보의 어려움’이라고 지적한다.
- 현금 납부 일시성 문제: 대부분의 납세자는 현금이 아닌 비상장 주식이나 부동산을 상속받는다. 그러나 상속세는 ‘현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 연부연납 제도는 있지만, 기간이 짧고 이자 부담 존재
- 경영권 승계 요건 까다로움: 가업승계 공제를 받기 위해선 10년 이상 유지, 고용 유지, 업종 변경 금지 등 조건이 매우 엄격하다.
즉, 상속세 자체가 문제라기보단, 제도적 유연성과 가업승계 환경의 미비가 기업을 ‘이탈’하게 만드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기업들이 정말 떠나는 이유는 상속세 때문일까?
일각에선 상속세가 과도한 건 사실이지만, 모든 기업의 해외 이전이나 매각이 상속세 때문만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실제 기업 이탈의 주요 원인으로는 다음과 같은 요소도 작용한다.
- 경영권 분쟁 회피: 가족 간 갈등으로 회사를 유지하는 것보다 매각이 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 글로벌 투자 유치 목적: 상속세 부담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외국계 자본 유치가 목표인 경우도 존재
- 국내 규제 회피 목적: 고용, 환경, 납세 등 국내 의무를 피하고자 지배 구조를 해외로 이전
결국 상속세는 하나의 ‘트리거’일 수는 있어도, 본질적 원인은 복합적이며 전략적 선택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해결책은? 상속세 개편보다 ‘정밀 보완’이 먼저
상속세 폐지론은 매번 제기되지만, 현실적으로 세수 감소, 부의 세습 심화, 불평등 문제 때문에 극복이 쉽지 않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방향을 제안한다.
- 가업승계 공제 확대 및 요건 완화
- 업종 유지 조건 완화, 고용 조건의 유연화 등
- 연부연납 기간 확대 및 이자율 조정
- 납세자가 세금을 장기 분납 가능하도록 시스템 개선
- 비상장 주식 평가 기준 개선
- 실제 가치보다 과도하게 평가되는 현행 방식 손질
- 중소기업 상속에 대한 별도 기준 도입
- 중견·중소기업은 별도 공제율 및 평가 기준 마련
이러한 정밀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기업의 국내 존속과 세수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결론: 상속세 논란, 단순한 '부자 감세' 프레임을 넘어
상속세는 단순히 부자에게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다. 기업이 지속 가능하도록 구조를 설계하는 문제이자,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성장의 생존 전략이다.
‘상속세 때문에 떠난다’는 말이 상징하는 것은 단지 세금이 아니라, 정책과 제도의 무게 중심이 어디에 있느냐는 물음이기도 하다.
한국 경제의 뿌리이자 고용을 책임지는 중소·중견기업이 제대로 가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우리는 보다 정교하고 균형 잡힌 제도 설계에 힘써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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