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서평 – 한강이 빚어낸 시(詩) 같은 산문집
1. 책 소개
한강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먼저 떠오르는 작품이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같은 강렬한 소설들일 것이다. 하지만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는 조금 다르다. 이 책은 그녀가 오랜 시간 써온 산문과 시를 엮은 첫 산문집으로, 소설 속에서는 볼 수 없었던 한강의 내밀한 감성과 사유를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단순한 에세이가 아니다. 한강 특유의 섬세하고 감각적인 문장이 페이지마다 흐른다. 그녀가 걸었던 거리, 바라본 하늘, 지나간 시간들이 시적인 언어로 녹아 있다. ‘저녁을 서랍에 넣어 두었다’라는 제목부터가 그렇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을 촉각적이고 감각적으로 표현하는 능력, 그것이 한강의 문학이 가진 힘이다.

2. 내용 요약
이 책은 여덟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시간과 기억, 자연과 삶, 상실과 그리움 같은 주제들이 곳곳에 깃들어 있다.
책을 펼치면, 한강이 직접 겪었던 일상적인 순간들이 등장한다. 밤 산책을 하며 느낀 감정, 집에서 바라본 나무 한 그루, 누군가를 떠올리는 시간들. 하지만 이 평범한 순간들은 그녀의 손끝에서 깊이 있는 철학적 사유로 바뀐다.
‘저녁을 서랍에 넣어 두었다’라는 제목은, 언젠가 그녀가 한 노인을 보며 떠올린 생각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따뜻한 저녁 식사처럼, 우리가 품고 있는 기억과 감정도 어딘가에 조용히 보관될 수 있을까. 지나간 순간이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서랍 속 따뜻한 온기처럼 남아 있을 수 있을까.
이처럼 이 책은 단순한 과거 회상이 아니라, 시간과 기억을 어떻게 품고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 답은 섬세한 언어 속에 숨어 있다.
3. 발췌 및 생각
"말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것들을 말하기 위해 문장은 더 길어지고, 더 짧아진다."
이 문장은 한강의 글쓰기에 대한 태도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그녀의 문장은 때로는 무척 짧고, 때로는 길어진다. 단순한 나열이 아니라, 그 문장 속에 함축된 감정이 있다. 우리는 종종 중요한 감정을 쉽게 말하지 못한다. 그래서 때로는 길게 늘어놓거나, 반대로 짧은 침묵을 택한다.
"고요한 밤, 창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 빗소리를 듣다 문득, 나는 어디까지 흘러가고 있는 걸까 생각했다."
한강의 글에는 ‘흐름’이라는 이미지가 자주 등장한다. 강물, 바람, 시간, 빗소리. 모든 것이 멈춰 있지 않고 흘러간다. 하지만 이 흐름은 단순한 소멸이 아니라, 기억과 감정이 머무는 과정이기도 하다.
4. 해석 및 적용
이 책을 읽다 보면, 단순한 일상도 깊이 있는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우리는 매일 저녁을 먹고, 밤하늘을 보고, 비 오는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그것을 ‘그냥 지나가는 순간’으로 여길 것인가, 아니면 하나의 의미로 기록할 것인가.
한강은 일상의 순간을 특별한 언어로 남긴다. 그리고 독자들에게도 묻는다.
- 당신은 지나간 순간을 어떻게 기억하는가?
-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 흐르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어떤 자세로 살아가야 할까?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는 ‘잘 쓰인 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모범 답안과도 같다. 하지만 단순히 문장을 예쁘게 쓰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사유와 감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5. 책 평가 및 추천
이 책은 소설을 기대하고 읽으면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기승전결이 있는 이야기 대신, 문장 하나하나에 감성을 녹여낸 산문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강의 언어를 천천히 음미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은 깊은 울림을 줄 것이다.
특히 다음과 같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 섬세한 문장을 좋아하는 사람
- 일상을 깊이 있게 바라보고 싶은 사람
- 시적인 감성을 가진 산문을 좋아하는 사람
- 기억과 감정을 기록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사람
이 책은 ‘빠르게 읽는 책’이 아니다. 마치 오래된 서랍을 하나하나 열어보듯,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야 하는 책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추고, 자신만의 감정을 떠올리고 싶다면, 이 책이 좋은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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