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고 싶은 아이』 서평|교실이라는 전쟁터에서 가장 외로운 아이를 바라보다
1. 책 소개
이꽃님 작가의 『죽이고 싶은 아이』는 제목부터 심장을 덜컥 내려앉게 만든다. 도대체 어떤 아이를 죽이고 싶은가. 그 아이는 대체 무슨 짓을 했기에 그런 제목이 붙은 것인가. 책을 펼치기 전부터 독자는 이미 질문과 불안을 안고 시작하게 된다. 이 책은 학교폭력이라는 익숙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소재를 날카롭게 파고들며, 피해자와 가해자, 방관자 사이의 경계를 흐트러뜨린다. 무언가 잘못된 세상 속에서 가장 어리고, 가장 약한 존재들이 서로에게 칼날을 들이대야 하는 구조. 이 잔혹한 현실을 감정에만 기대지 않고 깊이 있게, 그러나 누구보다도 따뜻하게 그려낸다.
2. 내용 요약
주인공 '나'는 조용하고 평범한 중학생이다. 어느 날 전학 온 아이 ‘조하늘’은 어딘지 모르게 이상하고 불편하다. 그는 감정을 읽을 수 없는 무표정으로 친구들의 경계 대상이 되고, 곧 학급 내 따돌림의 중심에 선다. '나'는 처음엔 방관자로, 점차 조하늘에게 말을 거는 유일한 존재로, 그리고 더 깊숙이 사건에 개입하게 되는 인물로 성장한다. 이 책은 단순한 피해자-가해자 구도에서 벗어나, 아이들 간의 복잡한 감정, 가정환경, 교육 시스템 등 다양한 요소가 얽힌 폭력의 구조를 드러낸다. “죽이고 싶은 아이”라는 문장은 어느새 그 아이를 향한 말이 아니라, 우리 안의 무기력과 회피를 향한 질문으로 바뀌게 된다.
3. 발췌하고 생각달기
“사람들은 대체로 착하지만, 자기보다 약한 사람 앞에만 서면 악해진다.”
이 문장은 책을 다 읽은 후에도 한참을 마음에 머물렀다. 우리는 모두 착하다는 착각을 하고 살아간다. 그러나 실제로는, 착한 사람보다 강한 사람의 편에 설 가능성이 더 크다. 그게 편하고 안전하니까. 조하늘을 향해 던져진 조롱과 무관심은, 단순한 사춘기의 일탈이 아니라 이 사회가 얼마나 체계적으로 약자를 외면하는지를 보여준다. ‘약하다는 이유로’ 누군가의 감정쓰레기통이 되어야 하는 구조. 그것은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죽이고 싶은 아이'를 만드는 공범일지도 모른다.
4. 해석
『죽이고 싶은 아이』는 단순한 학교폭력 소설이 아니다. 이 작품은 '나'라는 화자의 시선을 통해, 우리 안의 어두운 그림자를 드러낸다. 조하늘이라는 아이는 특이한 인물이 아니다. 그는 어쩌면 우리 옆자리에, 교실 구석에, 또는 우리 안에 늘 존재해온 인물이다. 다만 그를 알아차리고 손을 뻗을 용기가 없었던 것뿐이다. 책은 묻는다. “당신은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그 질문은 어른인 우리에게도 되돌아온다. 직장에서, 가족 안에서, 사회 곳곳에서 우리는 방관자가 아닌가? 이 소설은 결국 ‘지켜본다’는 말이 얼마나 공허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5. 책 평가
이꽃님 작가의 문장은 간결하지만 날카롭고, 감정을 과잉하지 않으면서도 독자의 심장을 후벼 판다. 『죽이고 싶은 아이』는 중학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만큼 청소년 문학으로 분류되지만, 오히려 어른들이 먼저 읽어야 할 책이다. 특히 자녀를 둔 부모, 교육에 종사하는 교사, 그리고 한때 교실을 지나왔던 모든 이들에게 일침이 되는 이야기다. 가볍게 시작했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마음이 무겁고 복잡해진다면 제대로 읽은 것이다. 단 하나의 약자라도 외면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이 책을 읽어야 한다. 그리고 읽고 나서, 멈추지 말고 생각하고,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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