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 인간이란 대체 무엇인가?
인간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그 질문에 대한 거대한 시도를 담은 책이다. 그는 인류의 기원을 추적하며, 호모 사피엔스가 어떻게 지구를 지배하게 되었는지 설명한다. 하지만 단순한 역사책이 아니다. 이 책은 인류가 만들어낸 신화, 종교, 자본주의, 과학 등이 어떻게 세계를 형성했는지를 탐구하며, 인간의 본질을 깊이 파헤친다. 마치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흡입력 있는 서술이 돋보이며, 읽다 보면 ‘내가 정말 알고 있던 인간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책의 핵심은 인간이 ‘허구를 믿는 능력’ 덕분에 세계를 지배했다는 점이다. 하라리는 ‘인지혁명’을 통해 인간이 상상력을 바탕으로 협력하는 능력을 갖추었다고 말한다. 돈, 법, 국가, 심지어 종교까지도 인간이 만든 허구이며, 이러한 ‘공유된 신화’가 없었다면 현대 문명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돈은 그 자체로는 종잇조각에 불과하지만, 모두가 그것을 가치 있는 것으로 믿기 때문에 경제가 돌아간다. 이런 통찰을 읽다 보면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적 시스템이 사실은 거대한 ‘집단적 착각’ 위에 서 있음을 깨닫게 된다.
책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대목은 바로 “신은 인간을 창조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신을 창조했다”는 말이다. 하라리는 종교가 어떻게 인간 사회를 결속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를 분석하며, 그것이 신의 실재 여부와는 별개의 문제임을 강조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종교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인권, 민주주의 같은 개념들도 일종의 ‘집단적 환상’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절대적이라고 믿는 가치들도 결국 허구일 뿐일까? 이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들이 떠오른다.
이러한 시각은 신선하면서도 도발적이다. 만약 우리가 허구를 통해 협력하는 존재라면, 그것이 우리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을까, 아니면 오히려 불행을 가져왔을까? 하라리는 사피엔스가 발전하면서 인간의 삶이 반드시 더 행복해진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원시 수렵채집인은 하루 몇 시간만 일하고도 충분히 살았지만, 농업혁명 이후 노동 시간이 늘어나고, 스트레스가 증가하며, 현대인들은 끝없는 경쟁에 시달린다. 결국, 우리가 진짜로 원하는 것은 문명의 발전일까, 아니면 더 나은 삶일까? 이 책은 인간의 근본적인 행복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다.
그렇다면 『사피엔스』는 꼭 읽어야 할 책일까? 필자는 단언컨대 ‘YES’라고 말하고 싶다. 철학, 역사, 인류학이 한데 어우러진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에서 인간이란 무엇인지, 우리가 믿고 있는 가치들이 과연 절대적인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물론, 하라리의 시각에 100% 동의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이 책을 덮고 나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당신이 아직 『사피엔스』를 읽지 않았다면, 이 책을 통해 인류의 거대한 서사 속에서 자신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를 가져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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